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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정말 그렇다

by 사이드파트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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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poor economics.

 

국내판 책제목은 출판사에서 따로 붙인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책의 내용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책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선택이 지닌 의미에 집중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에 대해 떠올릴 때면 흔히 무능하고 게으른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는 극빈국에 대한 원조가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 중 하나다. 일시적 도움은 그들의 게으름을 더 부추기고 자립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의 논의가 가난한 이들의 본질적 성격이나 국제 원조를 둘러싼 효용성 논란 등 거대담론에 치우쳐 있을 때 저자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이들은 10여년간 전세계 4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가난을 만드는 구체적인 원인 들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들은 가난에 대한 기존 통념부터 의심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더 생기면 보다 많은 음식을 먹어 체력을 기른 뒤 생산활동에 나설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리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우리 기준에서 바라보는 상식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에서나 맞는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보조금을 받은 극빈층은 오히려 섭취 열량을 줄이고 TV나 설탕 같은 사치재를 사들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그들만의 논리가 있다. 따라서 어쩌면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일은 효과가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건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보다 많은 값싼 곡물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 영양제를 공급해야한다는 주장을 한다.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반대로 생각해야 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차라리 영양제를 바로 공급하는게 낫다는 말이다. 식량을 제공하는 것보다 말이다.

 

가난한 나라의 다자녀 출산 역시 흥미롭다.

우리는 흔히 가난한 이들이 무식해서 피임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다자녀를 출산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출산을 많이 한다. 자녀를 최대한 많이 낳아 그들중 부모를 부양할 정도로 크게 성공할만한 자녀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자녀를 출산하는 것이다. 이미 감각적으로 확률게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일상을 관잘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위험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가난한 이들이 자녀들을 여러 마을에 보내고 스스로도 다양한 일을 겸직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가 있는데 이는 마치 헤지펀드 매니저 스타일에 가깝다. 다시 말해 적절한 헷지를 통해 분산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가난의 원인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들의 해답은 작지만 현실적이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서 계좌개설 비용을 낮춰주고, 자녀 교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교복값을 지원하고, 말라리아 감염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배포하라는 식이다. 식상하지만 쉽고 단순하고 현실적인 도움. 나머지는 그들에게 맡기자. 가난은 생각보다 벗어나기 쉽지가 않고 빈곤은 고착화된다. 그래서 스스로의 뼈를 깍는 고통이 없이는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원조를 통해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에 집중하자. 일방적인 원조는 결코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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