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인생책
너무 유명한 책이라 내가 굳이 서평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서평을 쓸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는 판단이 든다. 또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책은 그만큼 수요가 많아서 서평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쓰는 서평도 분명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읽기도 전에 책이 가지고 있는 유명세에 눌리기 보다는 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다. 아무런 편견도 기대감도 없이. 그렇게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책을 가장 책답게 접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독서라는 것을 그리고 서평이라는 것을 어떤 의무감이나 당위에 의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냥 하나의 개인적인 활동일 뿐이지 그것이 담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인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빼고 읽자. 독서는 그냥 취미활동이다. 독서 그 자체에 의미부여를 하지 말자.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 책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서평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정도로는 이 책을 온전히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저자는 본인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기술하면서,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서라는 것이 단순히 기분만 좋은 행위가 아니라 실제 본인의 사례를 들어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사례에 대해 빼놓지 않고 설명한다. 이 부분이 바로 이 책을 단순한 서평집과 구분하는 지점이고, 이런 요소들 때문에 대중이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그냥 책을 읽고 재밌다. 이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해부해서 이 책은 이런거 때문에 좋고 그러니 한번 읽어볼만하다. 독자들도 이런걸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자세하게 풀어주는데 어느누가 열광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저자의 글빨이 좋다. 참 읽는 맛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런게 있다.
예를 들어
이철수의 판화집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저자는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과 스타일에 힌트를 얻어 풀무원 지면 광고를 만들게 된다. 책을 읽는데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한 것이다. 실용적인 독서. 누구나 꿈꾸는 것이 아닌가. 책을 읽는데 돈까지 된다. 저자가 만든 풀무원 광고에는 이철수의 판화집이 그런 것처럼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운데 아주 작게 콩 사진만 넣고 주변을 비워버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콩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밑에 작게 채워 넣은 광고 카피가 압권이다.
풀무원 지면 광고
콩입니다. 안까지 잘 보실 수 있도록 반으로 잘랐습니다. 혹시 이 콩이 유전자 변형을 했는지, 보이십니까? 이 콩이 유전자 변형을 했는지 안 했는지, 유전자 변형이 무해한지, 그런 걱정, 주부들의 몫이 아닙니다. 풀무원의 몫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풀무원을 고르세요. 그런 걱정. 풀무원이 대신해드립니다.
어려운 말 하나도 없이, 단 3줄로 풀무원의 제품이 대단히 믿을만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어차피 대중은 복잡한것을 싫어한다. 천원짜리 두부하나 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야말로 믿고 사는거다. 브랜드를. 브랜드가 쌓아올린 신뢰를.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제품의 원산지가 어떻고 제조공정은 어떻고를 설명해봤자 어렵기만 하고 잘 전달되지도 않는다. 쉽고 단순하게 그러면서 ‘믿음’이라는 감정을 건드리기. 뭔가를 판다는 것은 단순히 그 물건을 판다는 것이 아니다. 독점상품이 아닌 이상, 반드시 경쟁은 있기 마련이고 결국 팔기 위해서는 조금 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다. 감정을 건드리면 제품은 팔린다.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모든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팔기위해서는 그것을 사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구매에 이르는 프로세스는 복잡하지만 틀어서 보면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소비자는 마음이 움직이면 산다.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산다는 것이다.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힌트가 이 책에 담겨있다. 두고두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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