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정말 그렇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성공이 몇 건 있었지만 성공할 줄 알고 한건 단 하나도 없다. 그냥 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그냥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이를테면 실거주 집 같은 거. 분양가 2배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냥 집이 필요해서 마침 그때 산 건데, 결과가 좋았을 뿐이다. 순전히 운이다. 그래도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직접 경험은 책으로 접하는 간접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간접경험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해서 실패한 것도 많다. 나라고 실패한 게 왜 없겠는가. 다만 감당할 수 있는 실패이고 손해였기 때문에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냥 안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뭐라도 했기 때문에 성공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아산 정주영 회장님을 좋아한다. 존경을 넘어서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 있어서 좋아한다. 특히 울산 동구에 가면 심장이 빨리 뛰는데 길가에 아산의 흔적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에 가면 동구에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데,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 조선소, 현대자동차 공장. 그 압도적인 규모에 놀라고 이 모든 것이 그의 흔적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아산의 성공사례는 너무나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책에서 읽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실패사례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바로 ‘고령교 공사’인데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하고 시대상황이 비슷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국전쟁 동안 부산에서 미 8군 발주공사를 주력 사업으로 착실히 성장한 현대건설은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얼마 전인 1953년 4월에 아산의 표현대로 ‘악몽의’ 고령교 복구공사를 시작했다. 고령교는 대구와 거창을 잇는 다리다. 당시 백운산, 덕유산, 지리산 등지에서 활동한 공비 토벌에 필요한 공사였다. 옆에 성산대교가 새로 지어진 뒤 고령교는 통행 제한 다리로 잔존하다가 2011년에 철거되었다. 인터넷에는 철거회사가 찍은 당시 철거작업 사진들이 올아와 있다.
그런데 이 공사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산은 “사업을 시작해서 이날까지 그만큼 혹독한 시련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아산인 사업가로서 보낸 일생을 돌아보면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기 때문에 이 회고는 고령교 공사가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 공사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데서 오는 기술적 어려움도 컸지만 현대건설이 빈약한 장비로 시작했다는 점과 물가가 예상 밖으로 폭등한 점도 문제였다. 공사비는 이미 정액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공사 마감 무렵에는 공사 시작 때보다 물가가 무려 100배 정도 뛰어 있었다. 즉, 자재비용과 노임이 비슷하게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어느 사업자도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파업과 빚 독촉에 시달렸다. 아산은 당시 상황을 “지옥이었다”“지옥이었다”라고 한다.
그러나 아산은 끝까지 회사를 지키고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신용 때문이다. 동생과 매제의 집을 처분했다. 혈육도 아닌 창업 동지 한 사람도 집을 팔았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수리공장 땅을 팔고 월 18% 고리로 돈도 있는 대로 끌어왔다.
그렇게 해서 결국 1955년 5월에 공사를 끝냈다. 당연히 엄청난 적자 프로젝트로 남았다. 아산의 동생과 매제는 셋집 얻을 돈도 없어져서 개천의 다리 옆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미국 유학 중이었던 정세영 회장은 학비가 끊어져 고생했다. 이 고령교 공사 때문에 현대건설은 오랫동안 채무에 시달렸다.
이처럼 천하의 아산도 실패는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다른 사업으로 딛고 일어섰다. 그래서 이 '고령교 공사'가 의미 있는 것이다. 실패를 딛고 어떻게든 극복해서 살아나는 정신력. 나는 아산을 보고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신은 반드시 그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어려움'만 준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만약 지금 너무 힘들고 큰 어려움에 처했다면 그것은 그가 그만큼 큰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어려움만 극복하고 나면 한 단계 레벨업을 하게 된다. 끝까지 하자. 아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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