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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매일 갑니다, 편의점. 처음 읽어보는 편의점 에세이

by 사이드파트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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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편의점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전문적인 서적부터 이렇게 에세이까지. ‘편의점이라는 주제 하나로 참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편의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주 이용하니깐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제대로 알고 싶어서 '편의점'에 대한 책을 찾아 헤매다가 이 책을 만났다. 다양한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유독 이 책에 대한 정성스럽고 알찬 서평이 많았다. 그것도 제각기 다른. 그만큼 재밌게 읽은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책은 6년 차 편의점 점주 봉달호씨가 오롯이 편의점 안에서만 쓴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기술하는데, 그 부분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정성스럽게 나만의 경험을 기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빛이 난다. 두고두고 볼만하다. '편의점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는 이 책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새벽에 근무를 시작해 상품을 진열하고 나면

하루 중 유일하게 호젓하고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러면 커피 머신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 받은 후, 홀로 카운터 안에 앉아 매일 1시간 가량 집중적으로 글을 쓴다. 출근 시간이 시작되고 손님들이 몰려오면, 앉았다 일어났다 호떡집에 불난 듯 엉덩이를 들썩이며 한 글자 한 문장씩 썼다. 때로 진열대를 정리하다 불현듯 치민 글 욕심에 창고로 달려가 허겁지겁 욕구를 배설했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 음료수를 채우다 우유 박스를 끌고 앉아 휴대폰 메모장에 토닥거리기도 했으며, 손님이 뜸한 오후 서너 시경에는 시식대에 공책을 펴놓고 긁적긁적 편의점 풍경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손님이 왔다. 한창 글발을 받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오면 문장에 맥이 끊겨 짜증이 나기도 했다. 장사하는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데, 글을 쓰는 도중에는 제발 손님이 들어오지 않길 바란 적도 있었다. 공책, 휴대폰, 종이 상자, 더러 영수증 뒷면에 휘갈긴 메모 뭉치는 카운터에 앉을 때마다 노트북에 옮겨 담았다. (p7)

 

글은 폼나게 쓰는게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 

개인작업실에서 커피 내려 마시면서 하루종일 글을 쓰면 좋은 글이 나올까? 나는 솔직히 아니라고 본다. 어디서 베껴온 글이나 나오지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담아낸 '살아있는 글쓰기'는 어렵다고 본다. 저자는 글을 쓰기에 최악의 환경인 '편의점'에서 조금씩 글을 모아 책으로 풀어냈지만 책 안에 담긴 내용의 밀도나 인사이트는 분명 책상 위에서 쓴 글과는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면서 유익하다. 가장 하기 어렵다는 두 마리 토끼를 편안하게 잡아낸다. 

재미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생각보다 번뜩이는 부분이 있어서 놀랐다.

특히 발주장려금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편의점 주문 발주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어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편의점을 이용하다 보면 특정 상품이 한날한시에 그것도 전국적으로 전체가맹점에 쫙 깔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다. 잘 모를때는 본사에서 가맹점한테 강제로 물건을 밀어 넣는 게 아닐까라고 의심을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어쩌다 그런 일도 있었다지만 요즘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랬다가는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법적인 처벌까지 받게 될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특정제품을 한날한시에 전국 편의점에 진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답은 바로 발주장려금이다. 그 제품을 발주하는 것만으로도 제품가격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본사에서 준다고 한다. 제조사에서 뿌리는 일종의 홍보비 인데, 점주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발주하는 즉시 제품가격의 몇 배에 해당하는 안전마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광고모델한테 몇억을 쓰느니 이렇게 해서 전국 편의점에 뿌리는 게 훨씬 효과가 좋으니 말이다. 서로 윈윈인 셈이다. 양쪽 모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인사이트는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밖에 알수가 없다. 편의점 운영에 관심이 있거나 편안한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편안하게 읽히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완독은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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