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이소가 없는 동네도 별로 없을 것이다. 다이소에 가면 가끔 인플레이션을 잊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책을 읽고나서 다이소가 일본기업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이처럼 잘 못 알려진 정보들이 너무나 많다. 반드시 검증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이소, 그리니깐 아성다이소는 국내기업이고 일본의 다이소산교는 일부 지분 투자한것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이 일부 지분 투자한 국내 기업을 아무도 미국 기업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아성다이소는 한국 기업임이 분명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박정부회장이 다니던 회사를 나와 처음 창업하던 때를 그린다. 1부에는 창업초기의 어려움이 담백하게 담겨있어서 읽는 맛이 가장 좋았다. 대표적으로 이런 부분인데,
돌이켜보니 창업하고 나서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도 죽을힘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사표를 내며 ‘내게 아직 열정이라는 게 남아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물론 20대의 거침없는 열정과는 다를 것이다. 자식과 가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감,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라는 그런 생각들이 내 앞에 놓인 일에 ‘초집중’하게 만들었다. 참 신기한 것은 집중하면 할수록, 그리고 간절할수록 더 크고 대단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더 간절한 쪽으로 에너지가 모이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싶다. (19P)
상당히 고생한 이야기를 구질구질하게 풀어 내는게 아니라
이미 지난일이니깐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어떻게 버텨내었는지 가슴속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성공한 경영인이 성공하기 이전에 경험했던 이야기들 말이다. 도대체 책이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듣는단 말인가. 오로지 책이기에 가능하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는다.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은 상품 개발과 소싱의 달인이다.
국내에서 다이소를 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본에 납품하면서 열심히 발품을 팔던 시간 덕분일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익힌 유통구조와 상품개발 과정, 그리고 스페인에서 본 저가상품의 소비패턴과 다양한 샘플제품들. 여기에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찾아다닌 생산라인까지. 그야말로 박정부 회장에게는 성숙의 시간이 있었고 그런것들이 쌓여 국내시장을 석권했다고 본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기에는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 왔다는건 분명 남과 격차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가격과 가치에 대한 박정부 회장의 철학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다이소를 경영한다.
비용<가격<가치
비용은 가격보다 높을 수 없고, 가치는 가격보다 반드시 높아야 한다.
가성비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올리는 것
다이소는 20년 넘게 주요 생필품의 가격을 1,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정해놓은 가격은 물가나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도 한결 같이 지켜낸다.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 직후 환율 악화로 해외 수입제품 가격이 대폭 올랐을 때도 그랬다. 제품 공급선을 환율 영향이 적은 국내 제조업체로 교체한 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류에 따라 적당히 이윤을 좇으려 했다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이 사업은 마진을 좇는 순간 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이소는 어떻게 이윤을 만들어왔을까?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판매가격을 먼저 결정한 후 어떻게든 상품을 개발했다. 그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상품이 싸고 좋으면 고객은 반드시 온다는 것. 이윤을 먼저 추구하기보다는 싸고 좋은 물건으로 많은 고객이 찾아오도록 하여 매출을 일으키자는 전략이었다.
원가가 올랐다고 덩달아 상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그럴수록 유통과정의 거품을 없애고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자는 것이 다이소의 전략이다. 차라리 제품의 질은 유지하면서 포장을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해 원가를 절감하자는 것이 다이소의 전략이다. 나는 이러한 전략에 적극 공감하며 유통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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